출국납부금, 국제교류기여금,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이는 납부금, 기여금, 부과금으로 제각각으로 불리는 항목이지만 모두 ‘부담금’으로 묶인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부담금이란 특정 공익사업에 드는 비용을 그 사업과 관련된 사람이나 기업 등에 부담시키기 위해 매기는 돈이다. 부담금관리 기본법(부담금관리법) 제2조를 보면 재화 또는 용역의 제공과 관계없이 특정 공익사업과 관련해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부과하는 조세 외의 금전지급의무를 말한다고 정의돼 있다. 특정한 행정 목적의 달성과 함께 사회적 비용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1961년 처음 도입된 제도다.
부담금은 금전지급의무가 있고 공익사업 재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세금과 비슷하다. 하지만 세금은 국가나 공공단체의 일반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데 비해 부담금은 특정 사업의 경비에 충당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 다르다. 또 세금은 일반 국민에게 균등하게 부과되지만 부담금은 관련 사업에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에게만 부과된다. 이와함께 사업 자체의 경영에 소요되는 경비의 분담이라는 점에서 사업 개개의 이용행위에 대해서만 부과하는 수수료 · 사용료와도 구별된다.
부담금의 종류에는 수익자부담금 ·손상자부담금 ·원인자부담금 등이 있으며 부과징수권은 원칙적으로 사업주체인 국가 ·공공단체에 있다.
부담금은 공익사업에 쓰인다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 곳곳에 숨어 있다. 그동안 우리는 영화를 볼 때는 물론 담배(국민건강증진부담금)나 껌(폐기물 부담금)을 살 때도 부과금을 내 왔다. 부과금이 ‘그림자 세금’으로 불리는 것도 세금처럼 금전지급의무가 있지만 이처럼 내는 줄도 모르게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아서다.
또 사회적 비용의 효율성 제고라는 도입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각종 부담금으로 국민과 기업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1960년대 도입 당시 재정 여력이 부족해 공익사업 재원을 부담금에 의존했던 시대와 지금의 경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영화발전기금을 비롯해 국제교류기여금, 출국납부금(외교부·문체부), 광물 수입부과금 및 판매부과금, 재건축부담금 등을 목적 타당성이 부족한 부담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불필요하게 걷는 부담금을 구조조정하기 위해 7월1일부터 전력부담금·출국납부금 등 12개 부담금을 인하하거나 폐지하기로 했다. 28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전기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 등 13개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전기요금에 포함되는 전력기금부담금 요율은 현 3.7%에서 내년 7월 2.7%로 단계적으로 1.0%포인트 인하된다. 또 항공요금에 포함되는 출국납부금은 1만1000원에서 7000원으로 4000원 할인되고 면제 기준은 현 2세에서 12세로 상향 조정된다. 자동차 보험료에 포함되는 자동차사고 피해지원분담금 요율은 3년간 책임보험료의 1.0%에서 0.5%로 인하된다. 또 농지보전부담금은 비농업진흥지역에 대해 부과 요율이 인하되고,껌 제조업체로부터 판매가의 1.8%를 징수했던 껌 폐기물 부담금은 폐지된다. 이번 시행령들을 통해 감면되는 부담금은 연간 1조5000억원 규모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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